gogest-eiiaintERKUdGH5eJcB30JA7vhXg 영화 그것만의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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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의 내 세상

by 윤슬ㅇl 2025. 7. 21.

세상의 기준과 나만의 기준 사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전직 복서 ‘조하’와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피아노 천재 ‘진태’가 형제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장애를 가진 동생과 거칠고 무심한 형의 '가족드라마' 같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떤 '기준'을 따르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공의 기준을 사회적 위치, 돈, 명예 같은 외적 요소에 맞춰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하 역시 한때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햄버거집 전단지를 돌며 겨우 생계를 유지합니다. 세상 기준에서는 실패자처럼 보이죠. 반면, 진태는 대화조차 자연스럽게 하기 어려운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마법처럼 곡을 연주해냅니다. 세상 기준에선 '특이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의 음악에는 형도, 관객도, 보는 우리도 눈을 뗄 수 없는 울림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묻습니다. 진짜 잘 산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가 쫓는 그 기준은 진짜 우리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냥 누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영화


가족이라는 이름의 어색한 동행

영화 초반 조하와 진태는 '형제'라는 사실 외에는 공유된 기억도, 정서도 없습니다. 오랜 세월을 떨어져 살아온 탓도 있지만, 둘 사이엔 그보다 더 깊은 정서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 간극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좁혀집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진태가 조하에게 ‘형’이라는 단어를 부를 때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진태는 언어 표현이 서툴지만 그 진심만큼은 조하의 마음을 움직이죠. 그 장면을 보며 많은 이들이 울컥했던 이유는 단지 형제가 재회해서가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존재’를 만나는 감정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관계이지만,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오랜 시간보다 작은 진심이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는 그 사실을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누군가의 세상에 내가 있다는 것

진태에게 있어 피아노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그는 손끝의 음악으로 들려줍니다. 조하 역시 처음엔 그걸 단지 '재능' 정도로만 여기지만, 점점 진태의 음악에 담긴 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세상과 단절되었다고 느낍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죠.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진태는 피아노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조하는 그런 진태를 통해 자신도 세상과 다시 연결됩니다. 누군가의 세상에 내가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내 세상에 들어와준다는 것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연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조용한 선언입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세상이라는 메시지로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