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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by 윤슬ㅇl 2025. 7. 26.

 

1.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계급’이 아니라 ‘공간’의 문제

 

영화 〈기생충〉은 단순한 ‘부자 대 가난한 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말하는 ‘계급 갈등’이 이 영화의 핵심일 수는 있지만,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공간의 위계입니다. 반지하와 언덕 위 고급 주택이라는 공간 배치는 계급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물리적으로도 위아래를 갈라놓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같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 살고 있음에도 서로의 세계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마치 다른 차원의 생명체처럼 서로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경제적 차이를 넘어선 인간성의 단절을 드러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구조를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사회의 진짜 경계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결국 이 영화는 누구나 기생하거나 기생당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2.공감의 역설: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기생충〉은 감정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영화입니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기택 가족이 가진 재치와 유머에 쉽게 공감하게 됩니다. 그들이 박 사장 집에 하나씩 침투해 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통쾌한 범죄 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지하실의 존재가 드러나고 비극이 시작되면서 관객의 시선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 누구도 명확한 ‘악인’이 아닙니다. 박 사장 부부는 무례하지만 악의적이지 않으며, 기택 가족은 불법을 저지르지만 그들의 행동이 철저히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관객에게 판단을 유보하도록 강요합니다.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는 구도를 벗어나,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내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에 잔상으로 남습니다.

 

3.‘기생’의 의미: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기생’이라는 단어는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 자신의 힘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은 이 개념을 다층적으로 확장시킵니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가족에게 기생하는 동시에, 박 사장 가족 역시 하층민의 노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생은 단방향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고 있는 구조, 상호 의존적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기생’의 반전된 이미지, 즉 연결과 책임의 의미로 확장됩니다. 기생은 곧 삶의 방식이며,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서로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무리하며

〈기생충〉은 단지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짚은 영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유머, 인간성, 슬픔, 구조적 폭력 등 수많은 층위가 공존하며, 그것이 이 작품을 세계적인 걸작으로 만든 힘이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늘 그렇듯,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회의 단면을 조명합니다. 〈기생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만들고,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 속에서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일깨웁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생’의 역설이 아닐까요?